챕터 83

키어런 시점

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.

눈꺼풀 안쪽으로 서머의 얼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. 내가 블레이크의 손목을 잡았을 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,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살짝 벌어졌던 입술. 어제 책을 건네주면서 내 손끝에 스쳤던 그녀의 손가락들, 그리고 그 감촉이 뼛속 깊이까지 전해지던 느낌.

열 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. 걷다 보면 머릿속이 좀 정리될까 싶었다. 십일월의 공기는 날카롭고 차가웠다. 후드티 안으로 파고드는 추위에 내뱉는 숨마다 하얗게 김이 피어올랐다. 그냥 몸을 움직여야 했다, 생각을 정리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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